Abstract
중세사상에서 신적인 실재에 대한 플라톤적인 전통은 이중적으로 나타난다. 그 하나는 아우구스티누스적인 것으로 ‘존재’의 길이고 다른 하나는 디오니시우스 적인 것으로 ‘부정’의 길이다. 첫 번째는 신을 창조된 것 즉 ‘상대적인 존재’ 또는 ‘비존재’에 상반되는 절대적인 ‘존재’로서 파악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신을 ‘무(無)’, ‘비존재’로서 파악하는 것으로 이 경우에 있어서 존재는 창조물의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 인식된다. 마이스터 에크하르트는 이러한 두 가지 영향 속에서 신을 ‘하나’, ‘존재’, ‘정신, ‘무(無)’의 관점에서 사유한다. 비판가들은 그가 사유 과정에서 서로 다르거나 반대되는 의미를 신에게 부여한 것을 두고 사유 안에 해결할 수 없는 모순 또는 급진적인 변화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표현의 다양성 속에서 형성된 에크하르트의 신과 영혼에 관한 이론이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일관되고 통일되어 있다고 본다. 이를 위해서 본 논문은 에크하르트의 신성 즉 ‘신을 넘어서 있는 신’의 개념을 중심으로 신 이론을 통합적으로 다룬다. 무엇보다도 먼저 신성을 신과 구별하고 그의 작품순서에 따라 신성을 ‘지성’, ’존재’, ‘하나’의 관점에서 접근한다. 그 결과 우리는 『파리문제』의 신-지성, 『삼부작』의 신-존재, 『독일어설교』의 신-하나(무)로 이어지는 복합적인 사고방식이 일관된 관점을 유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신적인 지성이 존재가 아니고 무(無)라고 하는 것은 신에게 존재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 피조물에게 적용되는 모든 속성을 배제한 ‘존재의 순수성’인 한에 있어서 신을 존재라고 보는 것이다. 이와 같이 지성과 존재가 동일한 신성은 ‘하나’로 수렴되고, 이 ‘하나’인 신성은 고립되지 않고 단일성을 유지하면서 관계성을 가지고 다양으로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