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선험적 직관형식의 기원에 관하여, 또 세계와 주체의 존재론적 관계에 대하여 관점이 다르지만, 칸트 사상과 불교는 인간에게 펼쳐진 세계를 인간이 지각하고 해석한 세계로 보는 점에서 유사하다. 칸트 사상에서 인식주관은 지성과 이성의 한계로 물 자체에 대한 완전한 인식에 이를 수 없으나, 불교에서는 공(空)과 무아(無我)의 통찰로 초월적 직관에 도달할 수 있다고 본다. 인간과 우주 변화의 연관성에 대한 인식은 다르지만, 칸트의 자아란 결정된 실체가 아닌, 자유의 가능성을 지닌 존재로 보아 불교와 유사하게 인식의 도약가능성을 시사한다. 물리적 세계와 도덕적 세계의 조화라는 문제의 해결을 위해 칸트가 신의 존재를 요청한 것처럼, 불교에서 발견되는 행위주체의 유무에 관한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자아의 통일성을 요청할 수 있으나 이것은 과도기적 방법이다. 칸트 사상에서 예지계 성원으로의 변화과정은 불연속적이지만 불교에서 깨달음의 과정은 연속적이다. 두 사상의 수행방법에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지만 두 사상이 추구하는 가치의 공통분모는 불멸의 도덕성이다. 칸트 사상은 도덕성을 종교의 본질로 파악하여 불교의 타락과 폭압을 경계한다. 두 사상은 자기초월에 의한 자아실현을 추구하는 인본주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