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자기 존재 유지의 노력”(코나투스)은 스피노자의 사상을 “긍정의 철학”으로 규정하게 해 온 핵심 개념이다. 그러나 코나투스는 인간을 예속적이고 심지어 자기 파괴적인 삶으로 몰아가기도 한다. 이것이 모순되어 보인다면 이는 코나투스를 흔히 단순체의 관점에서 보기 때문이다. 나는 스피노자에게서 모든 개체가 복합체인 만큼 코나투스 역시 복합적임을, 그리고 이 복합성은 부분의 다수성이나 전체 구조의 복잡성보다 더 역동적인 갈등적 성격을 가짐을 보여준다. 더 구체적으로는 첫째, 코나투스가 내적 부정을 겪을 수 있으며, 이는 둘째, 전체로서의 개체만이 아니라, 개체의 변용들에도 별도의 코나투스가 있고, 후자의 자기 긍정성이 개체 전체의 본성에 상반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곧 변용의 상대적 독립성이 개체의 자기 파괴적 행위의 원인이다. 하지만 이 독립성은 변용의 자체적 힘보다는 개체들 간의 복합적 연관에 바탕을 두는 한에서, 자유의지에 기대지 않고 개체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조건이기도 하다. 결국 코나투스의 복합성을 제시함으로써 나는 우리 안에서 일어나는 긍정과 도약의 느낌을 우리 자신의 능동성으로 착각해서는 안 되며, 이 느낌 역시 원인을 통해 인식되어야 함을 환기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