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이 글은 ‘롤스의 정의론이 지닌 이론적 결함을 유교의 인간관을 통해 치료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롤스가 유교의 인간관을 바탕으로 자신의 이론을 정당화할 경우 얻을 수 있는 이론적 혜택이 있는지를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작업과 연결된다. 작업의 초점은 유교의 인간관이 롤스가 정의의 원칙을 정당화하는 과정에 개입함으로서 기여할 수 있는 부분들에 대한 검토와 해명을 시도함으로써 양자 간의 이상적 결합을 시도하는데 있다. 이러한 시도가 성공적인 것으로 밝혀진다면 기존의 정의론은 동양철학적 관점을 통해 새로운 이론적 방향을 발견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다. 보통 정의론은 인간의 본성과 사회의 본성에 대한 전제에서 출발하여 사회의 구체적인 맥락 및 제도 그리고 관계를 초월하여 모든 사회에 적용될 수 있는 근본적인 규범적 원칙을 도출하려는 기획을 갖는다. 롤스 역시 최소한의 선 이론으로서 칸트의 의무론적 자유주의에 기초하여 합리적인 이기심을 지닌 개인을 전제로 정의의 원칙을 정당화한다. 이러한 방법은 외부의 사회적 맥락들에 휘둘리지 않고 공정으로서의 정의를 실현했지만 무연고적 자아, 원자적 인간관, 반사회적 개인주의라는 공동체주의의 비판에 직면했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점은 과연 롤스가 추구한 사회 즉 차등의 원칙을 바탕으로 민주적 평등(demacratic eauqlity)을 추구한 롤스에게 그러한 비판이 그다지 적절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롤스는 자유로운 선택능력을 지닌 개인들에 대한 동등한 고려와 존중을 바탕으로 함께 더불어 잘 살아갈 수 있는 원칙을 제시함으로써 질서정연한 사회를 꿈꾼다. 그런데 그를 반사회적이고 원자적 개인주의자로 규정하는 것은 다소 성급한 것이다. 만약 롤스에게 가해진 비판 중 몇 가지가 그가 자신의 의도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이론적 도구인 자유주의적 인간관을 전면에 내세운 데서 비롯된 것이라면 우리는 기꺼이 새로운 도구를 시험해보는 전략을 구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 글은 유교의 인간관을 롤스가 자신의 의도와 달리 직면하게 된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는 통로를 제공하는 새로운 도구로서 제안하고 그것의 유용성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는데 목적을 둔다. 이러한 목적을 위해 우리는 먼저 롤스의 인간관과 정의의 원칙의 정당화 과정을 살펴볼 것이다. 이어서 그에 대한 비판들을 살펴본 후, 유교의 인간관이 롤스의 정의의 원칙을 정당화 하는 과정에 개입함으로서 기여할 수 있는 부분들은 없는지 검토하고자 한다. 결론에서는 롤스가 유교의 인간관을 통해 그의 의도를 오해 없이 제대로 전달할 수 있으며 보다 안정된 이론적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주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