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인간은 절대적으로 자유롭지만, 또한 운명적인 유한성에 묶여 있다. 이러한 “자유의 역설”이 바로 인간의 인간학적 기초 상황이며, 이것이 안더스의 기술철학적 반성의 출발점이다. 인간은 자유로우면서도 유한하기 때문에 기술적 제작을 하게 되며, 또한 인간은 제작한 기술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에 기술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감행할 수 있다. 바로 자유의 역설이 기술의 가능조건이다. 이 점에서 안더스의 기술철학은 포스트휴머니즘에 대한 강력한 비판점을 시사한다. 기술은 인간의 유한성을 기초로 하며, 이를 제거하면 기술 자체는 사라질 수밖에 없다. 기술이 우리의 자유만을 실현할 경우, 우리 자신의 유한성은 부정되기는커녕, 더욱더 부각되기 마련이다. 기술은 오히려 우리의 유한성을 기초로 발전한다. 하지만 포스트휴머니즘은 기술의 가능 조건을 부정하고, 기술이 인간의 자유만을 극대화할 것이라는 불가능한 믿음을 퍼뜨리고 있다. 오히려 우리는 인간의 인간학적 기초 상황을 직시하고, 이것이 기술의 가능 조건임을 인식하면서, 기술 발전으로부터 거리두기를 통해 기술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그 발전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