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이 글은 들뢰즈가 주장했던 개념에 대한 분명한 이해를 목적으로 기획되었다. 일찍이 들뢰즈는 사르트르의 타인-구조에 대해 구조주의의 선구자로서의 면모를 갖추었다고 상찬한 바 있지만, 그것을 ‘시선’을 통해 정의함으로써 결국 타자를 또 다시 주체와 대상의 범주로 떨어지게 만들었다며 아쉬워했다. 부정과 모순 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주체철학의 구도에서 축조된 사르트르의 타인이론은 결국 에 머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능동적인 의 재인능력은 만을 가능하도록 이끎으로써 우리의 사유를 치명적으로 제한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따라서 들뢰즈는 서양철학에서의 선-철학적 전제로 인해 재현적 사유만이 가능한 인격 적인 주체 개념을 비인격적 개체인 로 대신하였을 뿐만 아니라, 재인으로부터 를 구하기 위해, 즉 에 관심 을 쏟았고 그러는 가운데 로 을 지목함으로써 의 구도를 벗어나게 된다. 그 과정을 톺아보면 사르트르의 타인-시선 구조는 들뢰즈에게 전 해져 지각장의 한 구조로서의 타인과 절대적 구조인 으로 좀 더 면밀 히 구분되는데, 이 절대적인 구조는 그것을 채우는 항들에 앞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중 단 없이 연속적으로 변이하며 전개되어 간다. 이처럼 타인-구조와 개체화는 긴밀히 연관 되어 있기에, 만약 우리가 진정 새로워지고 싶다면 우선 재현의 개체화만을 일으키는 기존 의 타인-구조를 와해시킴으로써 창조적 사유자인 로 거듭나기 위한 조건을 만들 어야만 한다. 이는 우리의 사유가 어떻게 재현의 방식을 벗어나 자유로워질 수 있는가 하 는 방법의 문제이기도 하며 뒤집어 말해, 우리 사유의 독특성과 다양성에 대한 설명이기도 하다. 들뢰즈의 이론을 통해 타인은 투쟁의 대상이나 유사함과 감미로움의 대상을 넘어, 이라는 고유한 의미의 타인으로 새롭게 태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