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이 논문에서는 왕부지의 노자비판과 그 속에 드러난 의의에 대해서 고찰하였다. 필자는 이렇게 하는 것이 유학자로서 왕부지의 특징과 그가 강조하였던 유학의 특성이 잘 드러난다고 보았다. 제Ⅱ장에서는 논의를 풀어가기 위해 왕부지가 노자와 장자를 다르게 봄에 대해서 논하였다. 즉 왕부지는 이들이 ‘도가’라는 한 학파로 분류된다고 하여 한 통속에 넣게 보는 것이 아니라 다르게 보며, 아울러 장자는 긍정적으로 봄에 비해 노자에 대해서는 비판하며 부정적으로 보고 있음을 고찰하였다. 제Ⅲ장에서는 노자의 우주론에 대한 왕부지의 비판과 그 속에 드러난 의의에 대해서 논하였다. 필자는 여기에서, 노자의 우주론에 드러나 있는 우주 근원의 ‘선재(先在)’론과 이 세계의 근원으로부터 만물로의 ‘점분(漸分)’론에 대해 왕부지가 비판하는 것을 고찰하였다. 즉 장왕(張王) 패러다임을 통해 이 세계는 시작도 끝도 없이 인(絪)ㆍ온(縕) 운동을 하며 거대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태화인온지기(太和絪縕之氣)’ 속에 자체 완결되어 있으며 제3의 세계를 말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유학에서 내세(來世)를 이야기하지 않으며 살아생전에 최선을 다해서 살고, 죽음을 편안히 맞이하라고 함과 부합한다고 할 수 있다. 제Ⅳ장에서는 노자의 예론에 대한 왕부지의 비판과 그 속에 담긴 의의를 고찰해보았다. 이 장에서는 왕부지의 예론이 ‘사람세상의 운용과 유지를 가능하게 함’을 예의 본령이자 근본으로 친다는 것, 예는 자기를 비움을 근간으로 한다는 것, 그래서 이것이 공자의 ‘자기를 비우고 예를 회복함’과 일맥상통하는 것임을 논하였다. 아울러 왕부지는 예악이 무너져 망국을 초래한 예(例)를 명나라 후기의 양명학 발흥에서 찾는데, 여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 바로 노자철학과 불가사상이라고 본다는 점이다. 이처럼 왕부지는 노자철학에 대한 비판을 통해 유가의 패러다임을 더욱 분명히 제시하였고, 사람세상에서는 그 운용을 위해 예(禮)가 필수불가결함을 강조하였다. 즉 다른 종교들에서와 같이 우리가 발붙인 채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을 문제 있는 것으로 보고 이를 여읠 생각에만 골몰할 것이 아니라, 이 세상에서의 삶에 최선을 다하고 죽음을 의연히 맞이하라고 하는 것, 사람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공동체를 꾸리는 것이 필요한데, 이를 유지하고 경영하기 위해서는 예악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