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필자는 이 글에서 두 가지 논의를 담아내고자 했다. 첫째, 『노자』의 저자에 관한 기초자료로 간주되어 온 사마천의 「노자열전」에 담긴 전설을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것이다. 「노자열전」에 대한 그레이엄, 콘 등의 학자들의 치밀한 분석에 따를 때 우리는, 「노자열전」이 『노자』의 저자에 관한 사실들을 알려주기는커녕 오히려 한대의 시점을 가장 충실하게 드러낸다. 이를 통해 우리는, 『노자』가 하나의 인물이 아니라 다양한 전설들이 한데 얽혀서 하나의 ‘역사화 된’ 노자상을 만들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게다가 그 ‘역사화 된’ 노자는 한대 초기의 한 가문의 역사와 관련된다. 둘째로 필자는 그간 『노자』의 저자를 확정하려는 논의와 달리, 『노자』에 등장하는 인간에 관한 표현들에 주목하고자 한다. 그 속에서 우리는 다른 제자문헌들과 마찬가지로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주인공들이 성인(聖人), 후왕(侯王) 그리고 사(士)라는 정치적 유력자들임을 확인하게 된다. 그리고 이들이 『노자』의 화자와 청자라는 점을 밝힘으로써 『노자』라는 책의 성격을 규명하고자 했다. 이와 달리 보통의 백성이나 일반적인 의미의 사람을 지칭하는 용어들은 매우 부정적이고 피상적인 의미 외에는 부여되어 있지 않다. 이 때문에 필자는 다른 어떤 문헌보다도 『노자』가 ‘호모 임페리얼리스’라는 당시 천하의 정치적, 사상적, 사회적 패권을 놓고 다투었던 사람들의 성격을 가장 잘 드러내는 문헌이라 제안하고자 했다. 이렇게 보면 『노자』는 물론 선진 제자백가 문헌에 대해 우리는 누가, 누구를 위해 제시한 텍스트 혹은 철학사상인가에 대해 보다 진지하게 묻지 않을 수 없음을 고백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연구 방법은 개념 중심의 연구가 놓치기 쉬운 몇 가지 지점들을 보다 분명하게 드러내는 데에도 일조할 것이라 생각한다.